다리미의 온도가 아직 남아있는 듯한 셔츠
칼같이 빳빳하게 다려진 칼라
온유한 말씨, 입댄적없어 술 한번
쉬어본 적 없어 담배 섞인 숨 한 가닥
교회당 대리석을 닮은 그 모습에
오랜 이의 입에 모범이라 오를 때
어쩌면 모두가 끄덕일지도 모름에
난 왜인질 모르며 쫓기지 고통들에
믿음 좋은 청년. 엄마 태속에서부터
부모님의 교회 직책이 그 이름의 출처.
숨겨야 했던 비밀. 산타 이후로
믿지 않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는 것.
하지만 아무도 날 의심조차 않는다
그렇다면 난 누구와 이 고통을 나눌까
칼 같은 셔츠 칼라가 진짜 칼처럼
두렵게 느껴져도 난 또 단추를 잠궜어.
재력을 곧 신이라 믿었던 나의 평생의 기준
삶이 쉬웠다. 성과와 승진, 내 집안이 준
앞선 출발선. 모두에겐 주어진 기다림들이
나를 피해 간다는 거야. 빗발치듯
다가올 불확실성의 저주에 자유한 삶
영원할 거란 믿음에 살던 나를 한방에
무너뜨린 것 또한 그 견고한 믿음 아래
설마 했던 투자 실패에 온 삶이 신음하네
3년, 단 3년에 가정은 남이 되어
곁을 지켰던 사랑도 사랑을 상실했어
코를 막곤 했던 지하철역의 삶들
어느새 그들과 살을 맞대야만 잠을
청할 수 있는 온도로 세상은 돌변해
소주를 부었네, 날 포기했단 듯.
눈곱이 눈뜨길 막았던 그 아침
얼굴 앞에 구둣자국 찍힌 종이 한 장이
날 구원한다는 한 사내에 대해 말해
본 적도 없는 그를 만나려 교회문 앞에
도착했지만, 노숙인 출입을 금함에
구원의 약속. 누구 것일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