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에 한번 봐요라고 말하면서 번호를
주고받아 010에 뭐머모머머머머머
이름은 뭐로 저장할까요?라고 물어 그럼
최엘비로 해주세요. 대답하고 웃어
그렇게 3초 동안 정적
어색해져 점점
전 이만 가볼게요 연락해요..
아마 내가 먼저 걸 일은 없겠지
걔도 마찬가질 거야 그럼 이름 대신
그건 숫자일 뿐이잖아 내겐
근데 그런 숫자들이 너무 많아 내겐
날 최재성이라고 부르는 친구보다
날 최엘비 라고 하는 친구가 늘어나
내 연락 처에 쌓여가는 11자리 숫자들
언제 받은 지도 모르고 잊혀져 금방은
연락할게요 란 말은 난 절대 안 믿어
근데 모순인 건 진짜 연락 오면 튀어
숫자
그건 내게 가볍고도 무거워
차라리 내 전화보다 통장에 더 불어서
날 무겁게 만들면 좋을 텐데
쌓여가는 건 부재중 전화 얼마 썼단 문자 메세지
내 친구들아 가끔 내가 전화 걸면 받아
그건 내 숫자가 가볍지 않다는 발악
너가 만약 못 받고 다음날 해도 아마
난 받지 못하겠지 숙취 땜에 머리 아파
또 이렇게 후회한다고 너가 그 전화를 받아도
사실 없었지 난 할 말도 이렇게 난 또 작아져
취해서 그런 거 알아줬음해 술이 안 받아
요즘에 담엔 폰을 꺼둘게 또 내가 술에 취할 때는
난 그저 숫자로 남는 게 싫어
너무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쏟는가 싶어
누군가에겐 지워지겠지 내 숫자는
전화가 오네 일단 이불 밑에 숨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