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친구 중 하나의 얘기
걔랑 또 다른 친구 둘 총 셋이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같이 했나 봐
걔 크루 이름이 뭐 섹시스트릿
아무튼 꽤나 잘 나갔지
걔 말고 걔가 속한 크루 말이야
아니 그 크루라고 하기보단
걜 제외한 나머지 둘이 더 맞다
그 둘은 참 반짝거렸어 항상
어디를 가던 주목을 받아
회사도 가고 쇼미도 나가
1, 2 등 자리에 나란히
서있는 거를 그 나머지 한 명은
티브이로 봤었지
걔도 같이 나가 예선 탈락한 그 방송을
방에 처박혀 티브이로
보는 걔 기분이 어땠을까 싶어
근데 걔는 굳이
슬퍼하지 않으려 했어
그늘이 익숙했거든 더 숨어 깊숙이
만화로 치면 원피스의 루피가
고무고무기술 쓸 때 비중이라곤
그저 그걸 보면서 감탄하는 컷이
다인 루피 친구 1 (푸힛!)
근데 걔가 더 븅신 같은 건
그 역할에 만족했다는 점
나도 꼭 저렇게 되고 말 거라는
머릿속 야망의 스위치를 껐지
진짜 한심하지 않냐? 나 같음 안 그랬을 텐데
그래서 걔가 누군지 대답하긴 좀 곤란해
그냥 아는 사람 DORLGG
이건 또 아까 그 친구의 얘기
걘 이제 음악을 하는 게 재미가 없나 봐
생각이 들어 '난 괜히 음악을 시작해가지고
폐 끼치는 게 아닌가 엄마 아빠한테'
걔네 부모님은 믿고 있었대
'내 아들도 언젠간 다른 애들처럼 성공할 거야'
그 아들이 패배자라는 걸 안다면
걘 술이나 처먹고 다녀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나 작업
곧 나도 잘될 거라고
제발 좀 걔네랑 비교 좀 하지 말라고
제발 좀 끊어 엄마 때문에
분위기 다 망쳤어 나 녹음 안 해'
현실에선 비중도 없는 새끼가
엄마 앞에서는 돼 악역
이건 그 친구의 마지막 얘기
걷잡을 수 없게 커졌지 괴리감은
학교 다닐 때도 걔 친구 둘은
피프티 센트나 릴 웨인 같은
빡센 걸 좋아했지만 난
브로콜리너마저나 10CM 같은
조용한 음악을 더 좋아했지
아, 방금 나라고 했었나 암튼
걔 얘길 더 해보려 해
항상 조연으로 살았던 애
여기서만큼은 주인공 해보라 하지
뭐 좀만 더 들어줄래?
듣고 싶다면 얘 이름은 알려주고
시작해도 나쁘진 않겠지
내가 여태까지 말했던 아는 사람은
이렇게 불렸어 최엘비.
당신은 누구신가여?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인가여?
여기 아는 사람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최엘비 얘기를 하는 최엘비를 연기하는
최엘비가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숨기면서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여?
그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그의 얘기에 한번 귀 기울여 볼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