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않게 그저 충전 겸 부산에 놀러갔던
2019년 4월 14일 밤에 받았던 카톡
할아버지가 "니 부산 간 김에 엄마 함 만나고
오라"고 그래서 의미 두지 않고 부산에 왔다 보낸 카톡
그리고 다음 날 12시에 잡았던 점심 약속
전 날에 늦잠을 자버려 취소하려했다 말어
일땜에 1시까지 간다고 말하고 12시
47분 하단역 지하철타며 폰 속에서 흘려나온
박재범의 '병신' 또 박재범의 'run it'
다 왔다며 뻥치고 앨범잔업 처리
그러다 20분쯤 늦게 도착했던 사상터미널
기억 속 1번 본 엄마인데도 한참 멀리서
알아챈 뒤 만나 조심스럽게 들은 한 마디
"얼굴에 박은 피어싱 안 아팠던거니"
옛날 같았음 본인이 날 무슨 자격으로
신경쓰냐 했겠지만 이상하게 맘에 들어
기분 좋게 대답했지 그 뒤 향했던 고깃집
에서 먹은 갈비 실은 갈비는 안 좋아했지
입에 꾸역 넣어가며 털어놨던 이야기는
21년을 바라본 가족에게도 말않던 이야기들
집 안에서는 매번 이방인 같았던 내 성격
이 누굴 닮았는지 거기서 깨달았어 점점
이상하게 말이 많아졌던 그 순간에도
이상함을 전혀 못 느꼈던 마음 안의 소음
이런 주제는 명반을 바라는 나에겐 당연히 탈락
이라고 생각했지만 밥먹고 받은 파란
초록 색상 종이 10장을 지갑에 넣으면서
이 돈을 배로 갚자고 생각한게 처음이었어
그 돈은 그대로 조금 더 떳떳할 수 있는
'옥수현'을 만들고 과거를 벗어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자고 사상으로 다시 가면
그 땐 내가 가장 잘 먹는 국밥으로 사주자고
엄마 기다리라고 버스에서 먹은 다짐
어떻게 보면 내 자신이 서서히 날 조여왔지
맘에 쌓여있던 짐 전부 내려놓기 위해
만났던 엄마는 어렸던 날 새로고친 기회
이제는 성공해야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서
안 될 놈이라 속이면서 판단을 흐렸던
'나'를 만원짜리 열장에 거기서 팔아넘겼어
잘 컸다고 말해도 "엄마 난 아직 철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