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늦은 밤이 오면
감정이 몰라보게 변해
자신감은 자괴감 돼 잠들지 못해
기절하기 직전에도
늦은 밤이 오면
다시 반복돼
집에 와서 하루 넘게 있질 못해
차라리 길바닥이 편해
가끔은 일부러 들으라는 것 같아
어떻게 싸울까 올 때마다
어쩌면 이거 상황극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베리야 집에 잘 있어
나 대신 집 잘 지켜
약속은 없지만 조금 무리해서 택시를 잡고 있어
새벽에 홍대를 이유 없이 걷다
내 친구 집에 얹혔다가
이젠 회사 사무실에서 얹혀 있다
아무도 원하지 않은 짐 덩어리처럼
그냥 찌그러져 있다가 글을 끄적인다
초연해져 있다가도 내 마음에 불이 떨어진다
즐거웠던 음악이 어느새 유언
쓰듯 느껴져 내 손은 무거워
마시면 안 되는 술이지만 도움 되니 병나발 불어
하루 네 번 약약약약 털어 넣고 복통에 다음 날 죽어
내 안에 강박 불안감 망상
우울증 조울증 의존증 다 있는 것 같아
검색해보니까 이건 분명 위험 신호지만
지갑 안엔 없어 쓸 돈이 난 병원 앞을 맴돌지 한참을
한참을
아냐
이거 내고 죽는다고 해도 나는 괜찮을 것 같아
아니 사실 이걸 내고 죽어버리는 게 나은 것 같아
왠지 그러면 내꺼 꽤나 더 많이 팔릴 것 같아
왠지 그러면 우리 전부 다 행복해질 것 같아
여태 되지 않았었던 것 같아 내 마음의 준비가
피시방에서 하루종일 난 허비했지 몇 년의 시간
내가 써야되는 가사 이게 드디어 마지막 줄이야
난 엄마가 나 때매 울지 않았으면 해 정말 미안
날 사랑해준 한 명
한 명의
이해
날 사랑해준 한 명이
붙잡고 있어 날 여기에
날 사랑해준 한 명
한 명의
이해
날 사랑해준 한 명이
붙잡고 있어 날 여기에
알람 소리가 내 몸을 일으켜
시간 안에 녹음실로
가야 해 벌써 오후 세 시
씻지도 않고 수염 덥수룩해진
내 모습이 무슨 가수인줄은 지나가는 사람들 아무도 모르겠지
내 풀어헤친 머리 늘어나고 해진 옷이 날 숨겨주겠지
란 생각과 달리 문을 나서는 길에 우연히 마주쳤다
음악 하기 위해 얼마 전 한국에 돌아왔단 그녀와
오랜만이다 정말 조만간에 같이 밥 먹자
난 뻔한 인사와 함께 최대한 빨리 헤어졌다
순간 너무 창피해서 어둡고 칙칙한 나에 비해
환한 하얀색 빛이 비치는 듯 했어 참 신기해
내가 외로운 건가 그래서 헛것을 본 걸까
아니면 운명 같은 장면을 오늘 목격했던 걸까
전철 타고 가는 길에 괜한 망상에 잠기게 돼
하지만 이내 아무 기대 갖지 않기로 혼자 다짐해
뭔갈 바라기엔 내겐 자격 없다는걸 잘 알기에
감히 연락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사실
그런 내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얼마 뒤 연락이 왔을 때
난 기다렸다는 듯이 너가 보낸 문자에 답을 해 빠르게
뻔뻔하게도 약속을 잡아버렸어 그리곤 대화를 했어
너와 얘기할수록 서로 닮아있다고 느껴져 정말 많은 게
우리가 유학생이란 점도 우리가 음악 하는 것도
우리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마저 비슷하다는 걸로
우리가 운명이란 착각조차 지금 내게 들게 만들어
아니면 변명거릴 만들어 내고 있는 걸까 나 스스로
날 사랑해줄 한 명
한 명의
이해
날 사랑해줄 한 명
붙잡아줘 날 여기에
날 사랑해줄 한 명
한 명의
이해
날 사랑해줄 한 명
붙잡아줘 날 여기에
날 사랑해줄 한 명
난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봐
난 널 만난 순간을
운명이라 믿고 싶어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기다린 것 같아 이날이 오기만
얼마 만일까 누군가와의 점심 식사
이제 막 만났지만 오랜 시간
친구였던 것처럼 끊기지 않는 대화
이게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던 것 같아
서로의 얼굴에 같은 표정들이 물들어졌잖아
널 지금 이대로 보내면 다신 못 볼 것 같아
용기 냈어 네가 말한 영화 같이 보러 가자
아직 미래를 알지 못하던 너와 나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