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 똑 같은 생활의 반복 속에 끈질기게 날 놓지 않길
난 세상이란 바구니 속 작은 콩
행복이란 게 내 청춘의 방구석 어디쯤 숨었다면
난 쓰레기통 탁자 밑 신발장 안까지 싹 다 뒤졌겠지
하지만 나 바랬던 것들 여기 없네
내게 행복은 소문만 무성할 뿐 목격된 적 없네
속쓰린 아침 다시 밥과 마주했고
이걸 벌기 위해 이걸 또 삼키고 난 나가야 돼
삶이란 건 어쩌면 아빠의 구둣발 같은건가봐
끊임없이 바닥과 부딪혀 닳고 아픈건가봐
행복이란게 마치 숨바꼭질과 같은 거라면
난 모든 길 모퉁이 모든 골목 구석까지 미친 듯 뒤졌겠지
모두가 모르겠단 표정으로 날 비웃을 때
답을 찾았다거나 답이 보인 게 아냐 난 그냥 믿었네
2011년 11월 난 보자기에 씌워진 저 작은 콩
까만 비닐봉지에 싸인 저 위가 내 하늘일리 없다 믿었고
반복된 일상 평범함은 죄 아니니까
난 웅크린 채 숫자를 세
아직은 한참 밤이니까
스물일곱의 그 밤 무작정 걸었던 그날 밤
가로등아래 우두커니 서 난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스물일곱의 그 밤 내 모습이 초라해
눈을 뜨면 꼭 잡힐 것 같아
아득한 그 시절 그날 밤
해 뜨면 어제 같은 오늘을 또한번 나 살아가겠지
붐비는 지하철 똑같은 발걸음들 나 따라가겠지
술잔 앞 꿈에 대한 얘기할 때면 사실 내 목소리 떳떳하지 못해서
누군가 눈치챌까 괜시리 목소릴 높였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난 내가 나로써 살고 싶어
더 비겁해지기 전에 겁먹기 전에 이젠 나답고 싶어
작은 콩 몸 속에는 서러움과 눈물 몇 방울
그리고 그 빛나는 믿음을 끌어안고 견디는 중 이 수많은 밤을
나를 믿는 것 꿈을 견디는 것
지금의 내 초라함은 잠시 스쳐갈 뿐이라는 것과
언젠가 머릴 들이밀고 솟아날 콩처럼
까만 보자기 속 난 한없이 더 질겨지고 있지
스물일곱의 그 밤 무작정 걸었던 그날 밤
가로등아래 우두커니 서 난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스물일곱의 그 밤 내 모습이 초라해
눈을 뜨면 꼭 잡힐 것 같아
아득한 그 시절 그날 밤
하루 견뎌 또 하루 세상에 바짝 약오른채로
용기를 내긴 힘들었고 포기란 말은 참 쉬웠던
난 숫자를 세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디로 넌 숨었을까 어디에 있건 상관없다고
자 하나 둘 셋 넷 다시 다섯 넷 셋 둘
세상은 나를 술래라 해 난 그래서 눈 가렸을 뿐
한때는 헷갈린 적도 있지만 난 이제 갈길 가네
열까지 숫자를 세고 내일이 되면 난 더 빛나네
나는 더 빛나네
스물일곱의 그 밤 무작정 걸었던 그날 밤
가로등아래 우두커니 서 난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스물일곱의 그 밤 내 모습이 초라해
눈을 뜨면 꼭 잡힐 것 같아
아득한 그 시절 그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