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야해
내 친구 너랑 같이 봤던 한강이 떠올라
수면 위로 빌딩 불빛이 반사돼 데칼코마니처럼
우린 한동안 말없이 그 장면들을 바라보고 있었지
넌 내게 물어 저걸 보면 뭐가 떠오르는지를 말이야
난 대답해 저 빌딩에서 살려면 얼마나 부자가 돼야 할까
너무 속물인가 하하 난 작아지고 있었지
넌 대답했지
'난 때론 저것들이 무서워 밤 늦게 도록
잠에 들지 못하는
괴로운 사람들이 나열된 미술관 같아서'
'저 직사각형 안에는 각자의 고민들로 꽉 채운
불빛들이 새어 나와
외로움이 서울의 밤을 장식하고 있어'
우리는 살아가야 해
세상이 나를 때리는 것보단
죽는 게 훨씬 아플 테니까
그 누구보다 널
사랑해 네가 죽으면
내 눈에서 눈물이 안 마를 테니까
넌 그저 아프지 않게
살면 돼 비록 내가 보는 세상은
날 아프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살아가야 해
넌 살아가야 해
내 친구 너를 봤던 장례식장이 떠올라
너랑 어울리지도 않는 꽃들이 데칼코마니처럼
너의 이름 앞에 붙어있는 '故'가
내 앞에 현실을 깨닫게 해줬지 그 무엇보다
너 사진이 묻는듯해 뭐가 떠오르는지를
널 담은 액자와 비슷한 모양의 불빛들을
보면서 우린 살아가야 해라고 말했던
네 목소리가 선명해지면서 눈앞이 탁해져
사는 게 뭔지 누구에겐 예뻤을 장면이
누구에겐 저건 얼마고 누군 저게 무서우니
밤새 뒤척이다가 잠들지 못하고 불을 켰지
나도 야경의 일부가 된 거야
내 고민도 멀리서 보면
그저 작은 불빛으로 보이겠지
창문 속 아무도 몰랐던 너의 아픔을
이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어
난 살아가야 해
세상이 나를 때리는 것보단
죽는 게 훨씬 아플 테니까
그 누구보다 널
사랑했어 너한테 받은 사랑은
언젠가 다 갚을 테니까
거기선 아프지 않게
살면 돼 비록 네가 없는 세상은
난 아프게 만들었지만
난 살아가야 해
살아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