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팽이와 보낸 33년은 정말 끔찍했어
절대 결혼은 말았어야 했는데
생활비는 다 술값으로 날려버리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안했지
힘든 시기였는데 그 놈은 술 쳐마시고 들어와서
싸울때마다 날 때렸어
그래서 나도 그놈이 반항 못 할 때 두들겨 패곤 했었지
잠들어서 손가락도 까딱 못할 때
하지만 함께 춤출 때... 그이는 나를 꽉 안아주었어
그는 바람이고, 물이고, 숨이고, 빛이었어
단단한 힘으로 날 붙들어주었어
그렇게 축복같은 한 시간 쯤이 지나면
나갈 때가 됐다고 하고
아침이 되면
술이 깼지
술 먹고 떠들 때는 팔푼이였어
철없는 거짓말에 밤새 코골고
맨 정신으로 깨서 버틴 날이 없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안했지
힘든 때였지, 그땐 지금이랑 많이 달랐다
여자는 여자, 남자는 남자였지
열일곱 청춘에 내 인생 끝났다
손가락이 반지 낀 바로 그 순간
하지만 함께 춤출 때... 그이는 나의 말론 브란도
그 순간 내 심장은 반짝였지
먼지 뒤집어쓰고 갈곳 없어도
한 시간이나 세 시간 우린 자유로웠어
모든 삶을 잠시 잊을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술이 깼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남자 없이 나 혼자 살겠어
적어도 너희 할아버지랑은 안살아
그래도 다시 하면, 알잖아
다 잊어야지 뭐
이제와서 꿈꿔 뭐해
어차피 다 끝난걸
만약 이 모든걸 그때 알았다면
이렇게 한방 먹여줄걸
오직 춤 춰, 내 마음대로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겨
나 홀로 춤추며 즐길거야
평생 나만을 위해 살거야
남의 마누라로 살지 않을거야
평생 술에 취해 살거야
영원히 깨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