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마루에 시들어지는 지쳐버린 황혼이
창에 드리운 낡은 커튼 위에 희미하게 넘실거리네
어두움에 취해버린 작은방 안에 무슨 불을 밝혀둘까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뵈지 않네
가로등 아래 장님의 노래는 아무한테도 들리잖고
자동차 소리 개 짖는 소리에 뒤섞여서 흩어지네
시계 소리 내 귓전을 스치더니만 창밖으로 새어나가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들리잖네
밤거리에는 낯선 사람들 떠들면서 지나가고
짙은 화장의 젊은 여인네들이 길가에 서성대네
작은 별들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하늘 끝으로 달아나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