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네
젖은 줄 모른 채
그대로 서 있네 이렇게
어쩜 나는 저항할 힘도 없어
그 자리에 멈춰 있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도
아닌데 서 있어
날 잡았던 손 날 담았던 눈 다 멀어져
흩어지는 손 찬란한 눈들이 멀어져
아무렇지도 않게 니가 나를 밟을 때
다시 와서 나를 안아주기를 간절하도록 바라
내가 눈이 부시게 너를 환히 비출 때
나를 보고 웃어줬던 너의 미소를 깊이 기억해
딱히 너를 원망하진 않아
시들어 버린 걸 나도 알아
나의 곁에 있던 너의 날들아
부디 사라지지 마 아
날 잡았던 손 날 담았던 눈 다 멀어져
흩어지는 손 찬란한 눈들이 멀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