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 약속했던 곳에
눈 뜨면 또 만날 수 있을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악몽 같던 꿈에서 난 눈을 떠
한여름 밤의 꿈처럼
어느새 사라진 손목의 작은 흉터
거울엔 나도 모르게 덥수룩해진 수염
악취가 풍겨 그동안은 못 느꼈던
부정적인 기운이 날 감싸는 것 같애
분명 이런 상태론 또 반복될 것 같애
천사백만의 기회 내게 다시 주어진다 해도
달라질 게 없겠지 너와의 관계도
벌써 두 번째 내 삶에서
또 한번은 싫어
물론 내 잘못인 걸 나도 잘 알고 있어
항상 널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내가 싫어 근데
널 탓하는 데 지쳐
또 날 탓하긴 더욱 싫어
잊어버릴래
초라했던 나의 기억
찢어 버릴래
날 멍 들게 했던 시험
집어치워
그동안 내가 짊어진 역할
날 이렇게 만들어온 내
뒤틀려있던 이념
나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걸 부수고 나서도 살아남아 있어
끝까지 지켜봐 결국엔 내가 이겨
눈 뜨면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 약속했던 곳에
눈 뜨면 또 만날 수 있을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달콤했던 꿈에서 난 눈을 떠
소금과 빛 이거 없인 못 살았어
내 작은 호흡까지 이게 배어났겠지
아마 의도완 달리 서 있었겠지 아주 날카로운 칼이
내 귀에 다른 이야기는 소음같이
들렸지 아녔으니 정해놓은 답이
그 불화의 이유 다 아주 잘 이해 가 이젠 다
내 두 발 디딘 곳이 내 눈 닿는 범위를
정해준다는 거
미안함은 없어 피차 마찬가지
각자의 꿈을 꾸며 삶을 산거지
이제 난 새로 눈을 떴어 각성의 양가치
또 보지 못하겠지 시야 밖의 나머지
새 청사진 새 미래를 구상해
인간은 절대 안 바뀐대 내가 그 반례
될게 뭐가 기다릴지 내일의 내 삶에
그다음 이야기는 다음에
눈 뜨면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 약속했던 곳에
눈 뜨면 또 만날 수 있을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매번 솔직하려고 고집부리던 내
모습이 뒤돌아보니까 되려 거짓돼
또 매번 현실적인 고민을 해왔던 너의
선택이 이제 와서 보니까 되려 진실 돼
우리는 다른 거지 아니었지 누가 더 나은 것이
우리는 다른 거지 아니었지 누가 올바른 것이
우리는 다른 거지 아니었지 누가 높고 낮은 것이
모두가 다른 거지 어쩌면 나 지금 후회하는 거지
내 그동안 놓친 기회
이제 도로 가져와 잡을 준비 됐어
네가 말한 야망이 넘치던 나의 십 대
처럼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게
이 놀이가 그저 영원하길 원했던
마냥 바보처럼 긍정적이던 예전
내 원래 모습 난 드디어 되찾아
잘 봐라 난 살아
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