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 물을 또 쏟았지 왈칵
화면에 천둥이 치듯이 반짝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했나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참나 원
이게 벌써 두 번째
최엘비는 너무 멍청해
좀만 조심했음 안 써도 됐을
내 맥북의 수리비 벌써 걱정돼
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
현실은 너무나 잔혹해서
사소한 실수도 넘어가지 않아
언제나 대가를 받아내
조용해져 버린 작업실
생각밖에 할 게 없었지
맥북은 고장나 버렸으니
난 이 가사를 펜으로 적었지
펜을 찾는 것도 한참 걸렸지
늘 눈에 띄었는데 말이야
고개를 숙이고 펜을 줍다가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쾅 박아
머릿속에 천둥이 치듯이 반짝
내 눈에도 비가 오나 봐
이 나이 처먹고 한심하게
기분이 마치 오늘 날씨 같아
눈 밑에 물을 좀 쏟았지 왈칵
작업실 습도가 조금 올라가
책상에 박았던 머리가 너무 아파서
운 거지 슬퍼서 운 건 아냐
이 볼펜은 걔가 선물해 줬던 건데
소중한 거라 아껴 썼지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모르고 있었네 떨어진 것도
맥북에 물을 쏟아버렸듯이
그 관계를 망쳐버린 것도 나지
뒤늦게 소중했던 거를 찾지만
이럴 땐 사라져 버리지 하필이면
오늘은 유난히 밤이 길 거 같아 사실 이건
다 꿈이었다고 해줬으면 좋겠어
내 공책에 비가 내리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