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참 바빴었지
오늘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날
아침부터 날 깨워주는
이삿짐 아저씨들의 분주한 발걸음
저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나의 흔적들이
텅 빈 집이 어색해
그 따뜻했던 우리집
저 쇼파 앞 TV
식탁 위 놓인
촛불 위 너와 마주친 그 두 눈이
난 왜 이리 그리운 건지
여름엔 덥다고 에어컨
앞에 붙어 있기만 했고
겨울엔 춥다고 내 침대
이불 속에 붙어만 있던
팬더 인형을 꼭 안고 자고 있던 너
너무 예뻐서 나도 몰래 니 볼에 한
그 따뜻한 입맞춤도
다 사라질까 봐
다 이제는 안녕
아저씨 잠깐 5분만
쉬다가 더 옮겨줘요
마지막으로 저기 침실
혹시나 빠트린 게 있을까 봐요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낯익은 너의 손편지
먼지와 쌓인 우리 둘 사진 니 글씨까지
다 왜 이렇게 흐린지
저 침대 위 배게
옆에 알람 시계
커튼 사이 날 비추던 햇살은 왜
아직까지 따뜻한 거지
여름엔 덥다고 에어컨
앞에 붙어 있기만 했고
겨울엔 춥다고 내 침대
이불 속에 붙어만 있던
나 생일이라며 미역국 끓여주던 너
너무 맛있어 나도 몰래 흘린 눈물에
날 꼭 안아주던 너
다 이제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