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지
어떻게 지냈니
그 동안 나 좀 뜸했지
너 이제 담배는 끊었니
뜬금없이
걸려온 통화가 괜히 어색한지
잠시 웃었지 넌
잠시 웃었지
뭐 어때
어쩌다 풍선을 놓친
것처럼 바쁘면 잊고 살 수 있는 거지
건강은 괜찮은 건지
고민하던 건 좀 나아졌니
오늘 뭐 먹지?
장은 뭐 보지?
그런 고민만 했으면 좋겠다
살찔걸
미리 괴로워해 가며 괜히 우울해
할 필요 없이 지내면 돼
뭐 어때
시간이 많은 걸 바꾼대도 변하지 않은 건
이 밤에 너와 나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저 내미는 빈 잔에
안부를 담는다
우리 그때 거기서 만나
전화 뒤집어 놓고 꺾어 한잔
요즘 울 아빤 온통 아파
시간 가는 게 나도 벌써 겁나
잔이 비었네
너네 동네 살기엔 좀 어때?
많이 나아졌네 월세에서 전세
건배
야, 너 술 많이 늘었네
2차 가자 1차 정도론 부족해
잔이 비었네
다시 참이슬로 백
옛날 기분 나서 좋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해
울 엄만 요새 잠이 줄었대
너네 엄마 다린 좀 어때?
잔을 비웠네
우린 잔을 비웠네 말없이
지난 시간을 담은 뒤 건배
머금지 못해
울먹일 듯 쏟네
가벼워질 듯 무겁게
뭐 어때
시간이 많은 걸 바꾼대도 변하지 않은 건
이 밤에 너와 나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저 내미는 빈 잔에
안부를 담는다
그때 우리 만났던 그 술집 요샌 어때?
그날 나 처음 먹어본 거잖아 먹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여태
테이블 몇 개 안되던데 이젠 문 닫았겠지?
잠시 마시다 다시 각자의 시간으로 갈 생각하면 왠지 섭해
지금은 새벽 세 시 반
예전 같으면 돼지국밥 말고
한 잔 더 부으러 갔을 건데
생각나면 또 전화 걸게
집에 잘 들어가고 나면 카톡 해
담엔 멀대 그 자식도 불러 같이 봐 날 좋을 때
밥 먹게 약속해
그 자식 좋아 보이더라 아기들도 예뻐
사진으로만 봐도 아저씨 다 됐어
진짜 살다 보니까 별일 다 생겨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