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쓰레빠 두 발에 걸치고
옥상에서 피는 연초
내 용기와 열정은 악수하고 손을 섞어.
내 패기는 18년도 초 상경할 때
용달차에 싣고 왔던 것.
깨지기 싫어 품에 얹고
또 기사님과 대화할 때 당차게 자랑했던 것
공연장에 몇 명이 왔든 개의치 않고 뱉던 것
그걸 뱉은 덕분에 연들이 닿았고
그 해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산 놈이라
말 안 해도 열심히 산 놈
홍대 밤거리는 매캐한 연기로
숨 한 번 들이키고 들었던 그 정신은
술 얼큰하게 취한 클럽 안
이들의 함성을 유도했지
유명 인사가 못 되어도
나의 머릿속 그려놨던
옛날 내 모습과 맞닿아있어
축복이고 축복인 걸 난 잘 알고 있어
땡스 투에 쓸 수 있는 이도 참 많이 있어
또 순진했던 내가 내 안에 아직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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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쓰레빠 두 발에 걸치고
옥상에서 피는 연초
내 생각들과 탐욕들은 서로 다리를 걸쳐
20대 초반이 끝나기 전에 기약했던 성공
확실한 목적도 없이 달려왔던 정도,
노력은 배신 안 하지만
운은 배신하는 걸 배웠어.
배워도 못 써먹는 생각들 마저 생겼고
그게 생긴 덕분에 누군 떠났고
그 해에 누가 떠나도 외로워지는 게
어른이 되는 거라고 얘기를 하며
홍대 밤거리에 매캐한 연기를
술 한 잔 걸치고 들이마셔
그을린 정신은 숨 크게 들이쉬어도
안 풀리는 답답함이 되어
어떤 인연들을 만나도 지는 허기로 둔갑해
몸과 마음은 상해 싹 다 이런 나를
누구보다도 내가 몰았지 막바지로
무기력이 나를 집어삼켰지,
필요한 건 예전 순진했던 나임을.
잘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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